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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지극히 주관적인 '테이스팅 노트'

풍정사계 추(秋)

풍정사계 추

 

화양에서 출시한 탁주, 풍정사계 추(秋)를 마셔봤다. 

 

풍정사계 추(秋), 흔들지 않았다. 

 

풍정사계 추 라벨

종류탁주 (막걸리)

재료찹쌀, 향온곡

용량 │ 500

도수 │ 12%

가격 │ 1만 5천원 (나는 술집에서 1만 8천원 주고 샀다. 구하기 쉽지 않으니 3천원 프리미엄은 아깝지 않다.)

 

 

 

라벨을 보아 하니 평범하지 않은 막걸리다. 

보통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막걸리들이 5~7도를 오가는 반면, 이 제품은 12%나 된다. 

적게 마셔도 금방 취한다는 얘기다. (내 취향이다)

 

찹쌀을 사용해 빚었다는 것도 특징이다. 

찹쌀을 사용하면 막걸리에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단맛을 낼 수 있다.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매우 고급스런 단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데, 감칠맛도 아주 괜찮아진다. 

찹쌀로 빚은 막걸리를 마셔보면 공통적으로 입에 착 달라붙는 다는 느낌이 드는데, 풍정사계도 과연 같은 감동을 줄지... 

 

멥쌀과 찹쌀을 같이 섰다는데, 단맛과 쌉싸름한 맛의 조화가 어떨지도 테이스팅 포인트다.

여기서도 막걸리 추천 한표 준다. 

(풍정사계를 빚는 양조장 이름도 화양(和釀)이라고 하는데, 화양에는 '조화롭게 섞어 빚다'는 의미가 있다.)

 

  • 멥쌀: 반투명, 밥을 지을때 쓰는 쌀, Dry한 맛이 강하다. 

  • 찹쌀: 불투명하고 뽀얀,  떡이나 찰밥을 만들때 쓰는 쌀. 단맛이 강하다. 

 

정조 어진, 할아버지 영조가 내린 금주령을 철회하고, 소주를 즐긴 왕. 당시 소주는 오늘날 소주와 달리 매우 고급술이었다. 거기에 향온곡으로 빚은 술이라니 flex.

 

 

원재료명 맨 끝에 언급된 전통누룩은 '향온곡'을 말한다. '향온곡'에 대해 알고 마시면 그 맛의 깊이와 감동이 달라진다. 

 

옛 문헌에 따르면 임금이 마시는 술 가운데 향온주가 있다. 향온주는 조선시대 궁중의 양온서에서 어의(御醫·임금의 의사)들이 직접 빚었는데, 중에서도 귀하게 여겨 외국의 사신을 접대하거나 국가의 큰 행사에만 사용했다고 한다. 

 

이 향온주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누룩을 향온곡’이라고 한다. 

궁에서 마셨다는 술이라는데 얼마나 맛있고 향기로운 술이었을까? 

이 향온주에는 일반 술과 다른 매우 독특한 향과 맛이 있다고 하는데, 반 술에서 흔히 쓰는 누룩이 아닌 향온곡이라는 누룩을 사용한 덕분이라고 한다.

이 특수한 누룩 '향온곡으로 풍정사계 추를 빚어낸 것이다. 왕이 마셨다는 술이랑 같은 공법으로 만들었다는데 막걸리 추천 안할수 있겠는가.

 

  • 일반 누룩 : 통밀을 분쇄해서 그 분쇄된 밀기울에 물을 섞어 어느정도 되게 뭉치고 누룩틀에 넣고 단단히 디뎌 띄운다.

  • 향온곡 : 이 과정에서 물 대신 녹두즙을 섞어 누륵을 만든다. 그래서 일반 누룩으로 빚은 술과는 다른 향온주만의 독특한 맛과 향이 만들어진다

 

흔들기 전 상태의 술을 잔에 따라봤다. 그리고 마셨다. 

 

 

풍정사계 추 시음

먼저 향기를 맡아봤다. 봄철의 꽃밭이 연상되는 뭔지 모를 향긋함이 가득했다. 그 뒤에 인위적이지 않은 유기농스러운 단내가 이어진다. 

 

한모금 머금어봤다. 처음 반기는 맛은 입에 착 감기는 달달함이었다.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뭔가 자연스러운 단맛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드라이한 쌉싸름한 맛이 이어지는데 이것이 화양이 얘기한 단쌉의 조화인가 싶었다.  (단쌉: 단맛과 쌉쌀한 맛) 멥쌀과 찹쌀의 콤보가 연출해내는 맛의 조화는 꽤 맘에 들었다. 

 

그리고 신맛을 얘기 안할 수 없는데, 오묘하게 느껴지는 신맛을 단맛이 살짝 누르다가 후퇴하는 느낌이다.

 

이번엔 흔들어 마셨다.

 

 

막걸리를 병째 흔들어서 가라앉은 내용물이랑 섞어 마셔봤다. 목을 넘길 때는 바디(body)감이 부드럽게 느껴지면서 감칠맛이 도는 것이 그렇지 이런게 막걸리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막걸리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맛이 럭셔리했다. 목에 걸림 없이 위장속으로 술술 빨려들어간다. 

 

화양에서 소개한 제품설명에 따르면 '누렇게 익은 벼를 베다 논두렁에 앉아 추수의 기쁨을 함께하며 마시는 술'이라고 했는데, 사장님이 논두렁에 앉아 막걸리를 마셔보지 못하신것 같다. 구수한 표현과 달리 맛은 너무 괜찮았다. 

 

 

한줄 리뷰 

★☆

 

  • 제품이 갖는 스토리텔링 만큼 맛도 따라주는 술 

  • 가족, 친구,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 마시고 싶은 술 

  • 특별한 막걸리를 마시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술 

  • 굳이 풍정사계 추 단점을 꼽자면 가격, 500ml = 15,000원 (제조 공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술고래들은 감당이 안될 것 같다)